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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슙민/슈짐] Atlantis 03

슈가X지민 장편팬픽







윤기는 꽤 오랜만에 이른 아침에 일어난 듯 했다. 부스스하게 일어난 민트색 머리카락이 모조리 제 성질대로들 뻗쳐있었다. 윤기는 잘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간신히 시계를 확인했다. 검은벽지에 하얗게 표시된 전자시계는 정확히 5시 정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윤기는 조용하게 한숨을 쉬며 자신의 목부근을 주물렀다. 안타깝게도 피곤함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듯 했다. 윤기는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향했다.


조명아래 하얗게 반짝이는 욕조가 윤기의 눈에 들어오자 어제 선박안의 욕조 안에서 자신을 꾸준하게도 쳐다보던 지민의 얼굴과 욕실안에 조그맣게 울리던 목소리가 다시금 그를 휩싸아왔다.

 




/"말, 할줄 알아?"


/"으우..."

 



"...."

 

그때의 반응으로 보아선, 그는 분명히 제대로 된 언어를 구사 할 수 있는게 틀림없었다. 감추려고 하던 모습은 오히려 눈치빠른 윤기에겐 확실한 증거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그와 정상적으로 대화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땐,

 




띠리리-

 


"네."


-언제 쯤 출발할 예정이냐."


"...30분 정도엔,"


-최대한 빨리 와라. 할 얘기도 있고."


"네."

 



뚝. 대답하기가 무섭게 재빨리도 끊긴 전화가 언제나 그렇듯 윤기의 이맛살을 찌푸리게했다. 이 새낀 맨날 지멋대로지, 좆같은 새끼. 윤기는 휴대폰을 침대에다 아무렇게나 휙 던져버리고는 찬물을 틀었다. 열심히 쏟아져내리는 물소리에 침대위의 휴대폰이 다시금 울리는 것을 듣지 못하는 것도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윤기가 1층에 도착하자 유리문 밖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윤기는 그를 향해 걸어가며 품속에서 지갑을 꺼내들었다.

 



"이사님! 나오셨습,"


"집에가."


"네...?"

 



밝게 인사를 건네는 기사에게, 다짜고짜 수표 한장을 건넨 윤기가 벙쪄있는 기사를 뒤로하고는 운전석에 올라탔다. 기사는 창문을 두드리려다 자신 월급의 몇십배정도는 되보이는 이 고급세단에 혹여 흠집이라도 날까,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애처로운 목소리로 윤기를 불러댔다.

 



"이사님! 이사님 왜..."

 

"모범 타고 가."

 

"이, 이사님!"

 



창문을 살짝 열고는 툭 던지듯 말한 윤기는 차에 시동을 걸더니, 기사가 눈 깜짝한 사이에 어느새 저만치 멀리로 가있었다. 기사는 눈이 동그래져서는 진짜 저 싸가지, 하며 기가 차 하더니, 곧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50만원 짜리 수표를 보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잇몸까지 내보이며 함박미소를 지었다. 역시 우리 이사님, 최고.



윤기는 졸린눈을 비벼가며 운전대를 붙잡고 있다가, 자기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듯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대체 이 새벽부터 왜...

 


"진짜 씨발."



너 퇴임하는 날이 곧 니 제삿날이다. 윤기는 속으로 잔뜩 욕지거리를 해대며 부글부글 끓는 속을 억지로 진정시키려 부던히도 노력하고 있었다. 곧이어 신호에 걸려 차를 멈춘 윤기가, 문자가 오는 알림음에 휴대폰 화면을 힐끗 바라봤다.

 



* 류비서
- 목적지 변경해주세요. 회장님 댁이 아니라 바로 회사로비로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가지가지하네..."

 


궁시렁거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은 윤기가 익숙하다는 듯 가죽핸들을 돌렸다.

 

 


마치 금방이라도 앞으로 기울어질 듯 높다랗고 커다란 건물. 윤기의 차가 정문처럼 보이는 유리로 된 입구앞에 천천히 멈춰섰다. 로비 안에서 윤기의 차를 발견하고는 하이힐을 신고도 아주 빠른 걸음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류비서를 윤기는 그저 느긋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류비서는 차의 창문 안으로 마주한 윤기의 나태한 얼굴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침착하게 윤기를 기다렸다. 곧이어 덜컹, 하고 차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사님!"


"작게 말해. 머리 아파."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답지 않게."


"영감탱이 비위 맞춰주기 싫어서."


"좀 작게 말씀하세요."


"싫어."

 



성큼성큼 입구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는 윤기를 류비서가 조금 힘겹게 따라올라갔다. 회장님 화 나셨어요. 조금만 빨리 오시지그러,

 



"...회장님."



"사적인 자리에선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안했나?"




잔소리를 퍼부으려다 갑자기 우뚝 멈춰서버린 윤기에 류비서는 그의 등에 곧장 부딪히고 말았다. 윤기 보다 키가 머리 한 통 정도 작으며, 옆으로 잔뜩 퍼질러진 머리숱없는 60대 후반의 할아버지가 측근들을 줄줄이 데리고는 윤기의 앞에 버티고 서있었다. 그가 바로 이 건물의 소유자이자, 청룡산업의 회장이며 윤기의 양아버지인 우종태였다.

 



"아버지보다는 회장님이 더 입에 붙어버려서 그만."




능청스럽게 미소를 띄우고 있었지만 윤기의 속은 그가 제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을 때 부터 이미 불바다가 따로없었다. 아버지같은 개소리하고 있네, 씨발새끼.

 



"그건 그렇고. 
도대체 같이 아침 한 번 먹자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네 새엄마 될 사람한테 얼굴 한번은 비춰야될 것 아니야."




"일이 좀 생겨서 어제 늦게 잠들었더니 좀 늦었습니다."




"답지 않게 말이야."



회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쯧, 혀를 찼다. 윤기는 저 더러운 혀를 당장에라도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이혼한지 얼마나 됐다고 32살이나 연하인 여자를 5번째 아내로 삼겠다느니... 윤기는 대체 왜 자기가 돈에 미쳐 늙어빠진 영감이나 만나는 여자들을 매번 상대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면전에 대고 쏘아붙여버리고만 싶었다. 이를 꽉 깨물고 참아낸 윤기가 겨우 표정관리를 하며 입을 뗐다.




"이번 일 끝나면 한번 뵙죠. 결혼식은 못 갈 것 같습니다. 바쁜거 아시죠?"




"아버지가 경사를 치루는데 아들이 안와서야..."




"그럼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저, 저놈 저.... 회장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댔다. 얼굴을 오만상으로 구긴 윤기는 단숨에 엘레베이터 앞까지 걸어가 위로 올라가는 버튼을 눌렀다. 급하게 또각거리는 발소리가 자신을 뒤쫓아오고 마침 도착한 엘레베이터가 소리 없이 열렸다. 윤기는 망설임 없이 엘레베이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38층을 누른 윤기의 눈에 문 앞에 서서 헉헉대고 있는 류비서가 들어왔다.




"이, 사님."



"커피. 블랙. 설탕 없이."



"저...!"






쿵. 엘레베이터의 빨간 숫자 표시는 벙찐 류비서를 뒤로 한 채 어느새 3층을 가리키고 있었다. 류비서는 앞으로 내려온 잔머리를 신경질 적으로 쓸어넘기며 하여간 개새끼, 하고 나즈막히 내뱉었다.






***

오랜만이에요😂

닉네임이 이렇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변태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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